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적인 경제 불안이 계속되어 최근 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휘발유나 경유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차량들 대비, 전기차와 수소차의 경제적인 메리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물론 유가가 상승하게 되면 발전 단가 인상으로 인해 전기료도 오르게 되어 전기차 충전료와 수소 충전료도 오르지만, 제주도와 같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친환경 차량들의 경제적 이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대표적인 친환경차인 전기차와 수소차에 대한 장/단점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구동 방식 (공통점)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전기모터로 차량을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차량 내에 휘발유, 경우 등의 화석 연료를 태워 동력을 발생시키는 '내연기관'이 전혀 없으며, 이 때문에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차'라고 부릅니다. 기존의 내연기관들은 차량 내부에서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차량 구동에 필요한 동력을 얻었습니다. 이 연소 과정 후에 남는 잔여 부생 물든 곧바로 도로에 버려지게 되어, 도시의 심각한 공기 오염을 초래하게 되었죠. 오늘날에는 이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유해한 성분들을 제거할 수 있는 삼원촉매제, DPF 등의 후처리 장치들과, 배출 가스 재연소(EGR) 등의 기술들도 발전하게 되었으나, 화석 연료의 '연소'를 이용하는 만큼 배기가스의 유해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연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전기차, 수소차 등이 '친환경차'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2. 전기차 vs 수소차 - 연료 저장 방식 (차이점)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전기'모터로 차량을 움직이기 때문에, 차량 운행을 위해서는 결국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가 차 안에 저장되어 있어야 합니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전기 에너지를 어떤 형태로 저장'하는지에 따라 나뉩니다.
1) 전기차(BEV)의 에너지 저장 방식
전기차는 전기모터 구동을 위한 전기 에너지를 '고전압 배터리'에 저장하며, 외부 전원과의 연결을 통해서 이 고전압 배터리를 직접 충전합니다. 전기 에너지를 배터리에 모두 저장하는 형식의 전기차를 'BEV(Battery Electric Vehicle)'라고 부릅니다. 차량을 수백 킬로미터나 움직일 수 있고, 시속 200킬로미터 이상 달릴 수 있게 하려면, 굉장히 많은 전기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차량 크기를 무한정 키울 수는 없기 때문에 고전압 배터리의 크기는 제한되어 있으며, 따라서 고밀도로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 개발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현재까지 고전압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리튬'이어서, 전 세계적으로 중국, 남미 등지에서 리튬 광산 개발을 위한 여러 국가들의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2) 수소차(FCEV)의 에너지 저장 방식
반면, 수소차는 전기모터 구동을 위한 전기 에너지를 '수소 가스' 형태로 저장하며, '수소 연료 전지(Fuel-Cell) 스택'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합니다. 수소 연료 전지 스택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생성하는 방식의 전기차를 'FCEV(Fuel-Cell Electric Vehicle'이라고 부르며, 본 포스팅에서는 계속해서 '수소차'로 말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수소 연료 전지 스택은 굉장히 복잡하고 정밀하며 비싼 부품이며, 수소와 산소를 스택에 주입하면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전기 에너지'와 함께 '물'을 만들어냅니다. 만들어진 '전기 에너지'는 수소차에 탑재되어 있는, '전기차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의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 물은 도로에 버리게 됩니다. 이때 산소는 지구 대기 중에 풍부하기 때문에 따로 차량에 싣고 다닐 필요가 없지만, 수소는 대기 중에 미량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차량 내부에 수소 가스를 보관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수소차 내부에는 내연 기관의 '연료통'과 같은 개념의 '고압 수소 가스탱크'가 장착되는 것입니다.
3. 전기차 vs 수소차 - 장/단점, 차이점
1) 전기차, 수소차 장점 (공통)
전기차와 수소차의 공통적인 장점으로는, 배기가스가 없어서 운전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배기가스 등의 유해 성분을 노출시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전기 모터로 구동되기 때문에, 내연기관 대비 즉각적으로 구동 토크가 발생되므로 스포티한 주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는 정부 정책에 의해 친환경차로 분류되어 차량 구매 지원금, 자동차세, 공영 주차장 이용료, 유료 도로 사용료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기차, 수소차 모두 차량 내부에서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차박이나 캠핑 등의 상황에서 전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내연기관 차량 대비 편의성이 더 좋습니다.
2) 전기차 대비 수소차의 장점
전기차 대비, 수소차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연료 충전 시간'입니다. 넥쏘 기준으로 수소 탱크 한 대 분량을 채우는 데 10분 안팎이 걸리기 때문에, 완충에 수십 분이 걸리는 전기차 대비 충전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정부 정책에 의해 전기차 대비 훨씬 많은 구매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할인 전 차량 가액이 전기차 대비 수소차가 훨씬 높기 때문에 실 구매가는 비슷하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3) 수소차 대비, 전기차의 장점
수소차 대비, 전기차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집에서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수소 충전소는 고압의 수소 가스를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주유소와 같은 형태의 충전소로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는 소위 '집밥'이라 불리는 220V 가정용 전원을 통해서도 느린 속도이지만 충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전기차는 밤중에 저렴한 전기 요금으로 충전한 뒤, 아침에 바로 운행을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4) 전기차의 단점
전기차의 큰 단점은, 바로 '충전 시간'과 '차량 가격'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계속해서 증가되고 있지만, 급속 충전 기술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도 점차 감소 추세에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수 분 내에 연료를 충전하고 주유소를 떠날 수 있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해서, 충전기를 꽂고 나서 최소 수십 분을 충전기 옆에서 보내야 하는 전기차의 단점은 계속해서 부각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 등의 미래 기술이 발전하고 상용화된다면, 충전 시간이 굉장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전기차의 '차량 가격'이 비싼 이유는, 긴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 '많은 양의 배터리'를 차에 탑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품성 확보를 위해서는 내연 기관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주행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안 그래도 충전 시간이 긴데, 주행거리까지 짧으면 장거리 여행 시 굉장히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배터리 가격이 현재 차량 원가의 40~5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무한정 배터리를 많이 탑재할 수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차량 제조 회사들은 리튬 등의 핵심 배터리 원자재 광산 개발 등으로 원자재 수급을 안정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키워 배터리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세계적으로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연 기관 차량 대비 전기차, 수소차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향후 배터리 단가 하락이 주요 과제가 되겠습니다.
5) 수소차의 단점
수소차의 단점은, '차량 가격(=연료 전지 스택 가격)'과 '수소 충전소 부족'입니다.
전기차 가격이 비싼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대용량의 고전압 배터리'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수소차에도 전기차보다는 적은 용량이지만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수소 연료 전지 스택'이 배터리보다 훨씬 비쌉니다. 일례로, 넥쏘에 탑재된 수소 연료 전지 스택을 교체하려면 4천만 원이라고 하니, 웬만한 중형 내연 차량 한 대 값인 셈이네요. 연료 전지 스택이 비싼 이유는, 첫 번째로 스택 제조에 필요한 촉매로 백금 등의 굉장히 비싼 원재료들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며, 둘째로 복잡하고 정밀한 제조 공정이 필요하며, 셋째로 아직 규모의 경제가 완성되지 않아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향후 수소차 시장이 성장하고, 여러 희귀 금속 광산 등이 개발되어 원자재 값이 내려간다면 수소차의 가격도 내려가겠죠.
'수소 충전소'의 개수 또한 수소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큰 걸림돌입니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국내 수소 충전소 개수는 약 150곳인데요. 주유소가 2022년 말 기준 1만 1144곳, 전기차 충전소가 2020년 4월 말 기준 1만 8080개인 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입니다. 정부 정책에 의해 수소 충전소를 많이 늘리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전기차에 비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4. 생각해 볼 점
1) 전기차, 수소차는 정말로 친환경차인가?
전기차와 수소차에 관하여 생각해 봐야 할 점은, 어찌 되었든 차량을 움직이기 위한 '에너지' 자체는 다른 어느 곳에서든 만들어져서 차량까지 전달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전기차를 충전하는 '전기 에너지'나, 수소차에 충전되는 '수소 가스' 모두, 내연기관처럼 우리 눈앞에서 연료를 태우지만 않을 뿐 저 멀리 떨어진 발전소나 플랜트 등에서 에너지를 투입하여 만들어지고 보내져 온 것이라는 점이죠. 따라서 최근에는 전기차나 수소차 모두 친환경차라고 부를 수 있는지, 에너지가 저장되고 사용되는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통틀어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이나 화력 발전에 아직까지도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결국 소위 '친환경차'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친환경적이지 않은' 화력 발전소 등에서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료를 태워야 하기 때문에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친환경이 아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명확합니다. 바로,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 수력 발전 등, 친환경 발전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면 됩니다. 물론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 모두 기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개선해야 될 부분들과 한계점들이 아직까지도 많습니다. 기존의 화력 발전과 원자력 발전을 대체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미래에는 전기차와 수소차 모두 진정한 친환경차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2) 전기차, 수소차는 도심 공해를 전혀 일으키지 않는가?
전기차와 수소차는 내연 기관처럼 배기가스를 뿜어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도심에서는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사실이며, 또한 '회생 제동'이라는 기능을 통해 제동을 하기 때문에 브레이크에서 발생하는 분진도 저감 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가 있는데요. 바로 전기차, 수소차의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많은 오염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기차, 수소차에는 대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되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동일한 크기의 내연 기관 차량들보다 수백 킬로그램 정도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타이어 크기는 차량 크기에 의해 거의 결정되기 때문에, 타이어는 동일 크기 대비 더 큰 하중을 견뎌야 하며, 따라서 타이어 마모가 더 심해져서 타이어 내부에 있는 여러 공해 물질들이 공기 중으로 더 빨리 확산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며, 설사 타이어 마모가 더 심하다 하더라도 유해 배기가스와 브레이크 분진 저감 등의 긍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